'내가 정말 죽은 걸까? 아니면 영혼이 나를 떠나지 않는 걸까?'
죽은 듯 누워 있는 한 남자의 곁에서 그의 아내가 서럽게 울부짖고 있다. 남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몸은 가위에 눌린 것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강직증에 걸렸지만 죽은 것으로 착각해 결국 생매장 된 한 남자의 이야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에밀 졸라의 이 매혹적인 단편소설은 죽음이라는 끔찍한 주제를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책 속으로
아내의 목소리는 아주 멀리서 나는 것 같았지만 똑똑히 다 들렸다. 빛 속에 보이는 모든 물체가 마치 빛 속에서 녹아내리는 것처럼 형체를 알 수 없었으나 왼쪽 눈은 아직 희미하게나마 빛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른쪽 눈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마치 벼락에 맞은 사람처럼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의지가 소멸한 것처럼 손 하나 까딱하지 못 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에밀 졸라(Émile Zola)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언론인이다. 자연주의 문학의 수장으로 평가받는 졸라는 전세계에서 출판, 번역, 해석이 가장 많이 이루어 소설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01년과 1902년에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되어 문학적인 역량을 인정받았다. 1898년 1월 한 일간지에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며 드레퓌스 사건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