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촌」 은 강경애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1936년 <조선일보>에 발표하였다. 이 작품은 칠성과 그 주변 사람들이 처한 참담한 생활 현실을 밀도 있게 그려내면서 당시의 어두운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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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칠성은 네 살 때 홍역을 앓고 난 다음 경풍에 걸려 팔다리가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는 어머니를 도우려고 동냥자루를 둘러메고 구걸행각을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좋은 물건이 생기면 눈이 먼, 옆집 큰년이에게 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는 동냥해 온 과자를 큰년이에게 전해 줄 생각을 하다가 사탕을 보채는 남동생이나 여동생의 몰골에 극도의 혐오감을 느낀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 아이들은 하나도 귀한 존재가 아니다. 큰년이 어머니는 밭일하는 도중에 아이를 낳았으나 이내 죽고 만다. 일터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그러한 북새통에도 큰년이 집에 큰년이 선을 보러 온 사람이 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칠성은 기어코 큰년이를 만나 무슨 말이든 들어보려 마음먹는다.
📓 작품 속으로
아주 캄캄해서야 어머니는 돌아왔다. 또 산으로 가서 나무를 해 이고 온 것이다.
「어디 아프냐?」
어둠 속에 약간 드러나는 어머니의 윤곽은 피로에 싸여 넘어질 듯하다. 그리고 짙은 풀내가 치마폭에 흠씬 배어 마늘내 같이 강하게 풍겼다.
「이 애야, 왜 대답이 없어?」
아들의 몸을 어루만지는 장작개비 같은 그 손에도 온기만은 돌았다.
칠성이는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누웠다. 어머니는 물러앉아 아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혼자 하는 말처럼,
「어디가 아픈 모양인데, 말을 해야지 잡놈 같으니라구.」
이 말을 남기고 일어서 나갔다. 한참 후에 어머니는 푸성귀 국에다 밥을 말아 가지고 들어와서 아들을 일으켰다. 칠성이는 언제나처럼 어머니 팔목에서 뚝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나 앉아 떨리는 손으로 술을 붙들었다.
강경애(姜敬愛)
일제강점기 여성 소설가, 작가, 시인, 페미니스트 운동가, 노동운동가, 언론인이다. 한때 양주동의 연인이기도 했다. 평양 숭의여학교에 입학했다가 동맹 휴학과 관련하여 퇴학당하고, 이후 동덕여학교에서 1년 정도 수학했다. 1924년 문단에 데뷔하였으나 여성 작가에 대한 혹평과 외면을 당하기도 했다. 1931년에 장편 소설 <어머니와 딸>을 발표한 후에, 주로 빈민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대표 작품으로는 단편 소설 「지하촌」, 「채전」, 「소금」, 「어둠」과 장편 소설 『인간 문제』가 있다.